스마트 헬스케어, 편리함 속 숨겨진 데이터 보안의 양면성

손목의 스마트 워치로 심박수와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병원에 가지 않고도 원격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는 시대.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가 융합된 스마트 헬스케어는 이제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만성질환 관리부터 운동, 식단 기록까지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가 스마트폰 앱 하나로 가능해지면서 그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항상 따라다닙니다. 바로 “내 건강 데이터는 과연 안전하게 관리될까?” 라는 문제입니다. 이름,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일반 개인정보를 넘어 질병 이력, 유전 정보 등 극도로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만큼, 스마트 헬스케어의 데이터 보안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핵심 과제입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의료 데이터를 타겟으로 한 사이버 공격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보안업체 맨디언트에 따르면, 전 세계 랜섬웨어 공격의 약 20%가 의료 시설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을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2021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이 해킹 공격을 받아 약 83만 명의 환자 및 직원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최근 조사에서는 17개 대학병원에서 총 18만 명이 넘는 환자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에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의 대가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내 건강 데이터, 어디서 어떻게 수집되고 관리되나?

우리가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 우리의 건강 데이터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집되고 저장됩니다. 이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데이터 보안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첫걸음입니다.
데이터 수집의 주요 경로
건강 데이터는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수집됩니다.
- 개인이 직접 생성하는 데이터 (User-Generated Data): 스마트 워치, 피트니스 밴드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측정되는 심박수, 걸음 수, 수면 시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한, 건강 관리 앱에 직접 입력하는 식단, 복약 기록, 혈당 및 혈압 수치 등도 포함됩니다.
- 의료기관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Clinical Data):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에 저장된 진료 기록, 처방전, 영상 자료(CT, MRI) 등 전문가에 의해 생성되는 모든 정보입니다.
- 유전체 데이터 (Genomic Data):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얻어지는 개인의 유전 정보로, 가장 민감하고 핵심적인 생체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방대한 양 때문에 ‘의료 빅데이터’로 불리며, 서비스 제공 기업의 클라우드 서버나 병원의 자체 서버에 저장됩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들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는 물론 생활 습관까지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해커들에게 암시장에서 신용카드 정보보다 훨씬 높은 가치로 거래되며, 주요 공격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민감 정보로서의 건강 데이터의 특성
법적으로도 개인의 건강 정보는 ‘민감정보’로 분류되어 더욱 엄격한 보호를 받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사상, 신념,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를 민감정보로 규정하고 있으며, 정보 주체의 별도 동의 없이는 처리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만약 건강 데이터가 유출된다면 단순히 스팸 메시지가 늘어나는 수준의 피해를 넘어, 보험 가입 거부, 고용 차별 등 사회경제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지어는 특정 질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 헬스케어 데이터 보안의 주요 위협 요인

나의 소중한 건강 데이터를 위협하는 요인들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편리함을 쫓는 사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보안 위협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고도화되는 해킹 및 랜섬웨어 공격
가장 직접적이고 파괴적인 위협은 단연 외부의 사이버 공격입니다. 해커들은 병원이나 헬스케어 기업의 서버에 침투하여 환자 정보를 대량으로 탈취하거나, 시스템 전체를 암호화하고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공격을 감행합니다. 특히 병원의 경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어 해커들의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2020년 이후 국립대병원에서만 총 15건의 침해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의료기관의 보안 시스템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 주요 사이버 공격 유형 | 설명 | 피해 사례 |
|---|---|---|
| 랜섬웨어(Ransomware) | 시스템을 암호화하여 사용 불능 상태로 만든 뒤, 복구를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코드 | 미국 대형 의료 서비스 제공업체(BHN) 시스템 마비 및 데이터 유출 |
| 피싱(Phishing) |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사칭하여 사용자의 계정 정보나 비밀번호를 탈취 | 병원 직원이 피싱 메일에 속아 계정 정보를 넘겨 내부망 침투의 경로가 됨 |
| 제로데이 공격(Zero-day Attack) |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고 아직 패치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 이루어지는 공격 | 병원 서버의 알려지지 않은 취약점을 악용해 83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
취약한 웨어러블 기기와 IoT 보안
스마트 워치, 스마트 밴드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24시간 우리의 몸에 붙어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하지만 많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보안보다는 편의성과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개발되어 보안에 취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기기와 스마트폰 간의 블루투스 통신 데이터가 암호화되지 않는 경우, 해커가 중간에서 데이터를 가로채는 ‘중간자 공격(MITM)’에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기기 자체에 대한 인증 절차가 허술하여 분실 시 저장된 데이터가 그대로 유출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내부자 정보 유출 및 관리 부실
외부의 공격만큼이나 위험한 것이 바로 내부자에 의한 정보 유출입니다. 악의적인 목적을 가진 내부 직원이 환자 정보를 빼돌려 판매하거나, 실수로 민감한 정보가 담긴 파일을 외부로 전송하는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17개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18만여 건의 정보 유출 사건 역시 병원 직원이나 제약사 직원이 시스템에 접근해 환자 정보를 외부로 빼돌린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이는 기술적인 보안 조치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에 대한 엄격한 관리 감독과 보안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내 건강 데이터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개인의 역할

물론 이러한 위협에 대해 정부와 기업, 의료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소중한 건강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 개인의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강화되는 법률 및 제도적 장치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건강 정보를 민감정보로 지정하고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며,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을 통해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한 데이터는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등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또한, 정부는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을 추진하며 의료 데이터의 특수성을 반영한 보호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기술적 보안 강화 노력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데이터 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보안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데이터 암호화: 민감한 데이터는 수집, 전송, 저장되는 모든 과정에서 암호화하여 허가되지 않은 사용자가 알아볼 수 없도록 만듭니다. 정형 데이터(이름, 주민번호 등)와 비정형 데이터(의료 영상 등)를 모두 암호화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 강화된 접근 통제: 다중 인증(MFA), 생체 인증 등을 통해 허가된 사용자만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통제하며, 직원의 직책에 따라 접근 가능한 정보의 범위를 차등적으로 부여합니다.
- 보안관제 시스템 운영: 24시간 365일 외부로부터의 침입 시도를 감시하고 이상 징후를 탐지하여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합니다. 하지만 국내 종합병원 중 공동 보안관제 서비스에 가입한 비율은 6%에 불과해 인식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보안 수칙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우리 스스로가 보안 의식을 높이는 것입니다. 다음의 몇 가지 수칙만 지켜도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계정 비밀번호 관리 철저: 여러 서비스에 동일한 비밀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영문, 숫자, 특수문자를 조합하여 쉽게 추측할 수 없는 비밀번호를 설정하세요.
- 2단계 인증(2FA) 설정: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앱 등에서 제공하는 2단계 인증 기능을 반드시 활성화하여 로그인 보안을 강화하세요.
- 앱 권한 확인: 스마트폰 앱 설치 시 과도한 권한(예: 주소록, 위치정보 등)을 요구하지는 않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불필요한 권한은 허용하지 마세요.
- 공용 와이파이(Wi-Fi) 사용 주의: 보안에 취약한 공용 와이파이 환경에서는 민감한 건강 정보를 조회하거나 입력하는 것을 자제하세요.
- 소프트웨어 최신 버전 유지: 사용하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앱의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항상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여 알려진 보안 취약점을 해결하세요.
결론: 신뢰 기반의 스마트 헬스케어 미래를 향해

스마트 헬스케어는 질병의 예방과 관리를 개인 중심으로 전환하며 우리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발전은 ‘데이터 보안’이라는 굳건한 신뢰 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편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라도 내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면 누구도 선뜻 이용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시대에 맞는 법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기업은 보안을 비용이 아닌 필수 투자로 인식하여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합니다. 의료기관은 내부 구성원의 보안 의식을 높이고 관리 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용자 개개인 역시 자신의 데이터 주권을 인식하고, 스스로 정보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모든 사회 구성원의 노력이 함께할 때, 비로소 우리는 안심하고 스마트 헬스케어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는 건강한 디지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병원 전자의무기록(EMR)도 스마트 헬스케어 데이터인가요?
A1: 네, 그렇습니다. 전자의무기록은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고 관리되는 핵심적인 의료 데이터입니다. 이러한 병원 데이터가 개인의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나 건강 관리 앱 데이터와 연동될 때, 더욱 포괄적이고 개인화된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Q2: 웨어러블 기기 사용 시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2: 기기와 연동된 스마트폰 앱의 계정 보안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강력한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2단계 인증을 활성화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또한, 기기 분실에 대비해 원격으로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기기를 잠글 수 있는 기능이 있는지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Q3: 비식별화(가명처리)된 데이터는 완전히 안전한가요?
A3: 비식별화는 데이터에서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직접적인 식별 정보를 제거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이는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면서도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다른 정보와 결합했을 때 다시 개인을 식별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므로, 비식별화 조치 이후에도 엄격한 기술적·관리적 보호 조치가 계속해서 적용되어야 합니다.
Q4: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 약관 동의 시 무엇을 꼭 확인해야 하나요?
A4: 서비스 이용 약관, 특히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꼼꼼히 읽어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어떤 종류의 내 정보가 수집되는지(수집 항목), 수집된 정보가 어디에 사용되는지(이용 목적), 얼마 동안 보관되는지(보유 기간), 그리고 제3자에게 제공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내용이 너무 길고 복잡하다면, 최소한 이 네 가지 항목만이라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5: 만약 내 건강 데이터가 유출되었다고 의심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5: 가장 먼저 해당 서비스 제공업체에 유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국번 없이 118)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하여 상담 및 구제 절차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유출된 정보에 계정 정보(ID, 비밀번호)가 포함되었다면, 동일한 정보를 사용하는 다른 모든 웹사이트의 비밀번호를 즉시 변경해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